'LCK 레전드 매치'가 8월 4일 서울 종로구 치지직 롤파크에서 열린다. 낭만의 시대라 불리던 국내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초창기를 무대 위로 다시 불러오는 자리다. 라이엇 게임즈가 공개한 출전 선수는 열 명이다.
'팀 삼성 텔레콤'은 '루퍼' 장형석, '스피릿' 이다윤, '폰' 허원석, '피글렛' 채광진, '하트' 이관형으로 짜였다. 맞은편 '팀 이걸 CJ 롤스터가'에는 '막눈' 윤하운, '인섹' 최인석, '쿠로' 이서행, '캡틴잭' 강형우, '고릴라' 강범현이 이름을 올렸다. 대부분 2012년부터 2014년 사이 국내 리그를 이끌었고, 지금은 은퇴해 방송인이나 해설위원, 지도자로 지내는 이름들이다.
경기는 시즌3 협곡을 되살린 '리그 오브 레전드 클래식(LoL 클래식)'으로 치러진다. 그때는 있었지만 지금은 손질됐거나 아예 사라진 스킬과 아이템이 그대로 돌아온다. 와드를 골드로 사서 인벤토리에 넣고 다니던 시절의 협곡이고, 지금 기준으로는 설계가 거친 챔피언들이 그대로 살아 있는 협곡이다.
이 모드는 12일 대전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 MSI 결승 현장에서 처음 공개됐다. '앰비션' 강찬용과 허원석, 강형우를 비롯한 옛 프로게이머들이 이벤트 매치를 치르며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라이엇 게임즈는 경기가 끝난 뒤 지역별 특별 매치 계획을 알렸다. LCK가 함께 공개한 영상에는 가슴이 시키는 대로 부딪혔던 그 시절의 날것 같은 플레이를 다시 소환하겠다는 구상이 담겼다.
돌아오는 것은 협곡만이 아니다. 챔피언 하나, 장면 하나로 자기 시대를 각인시킨 선수들이 그 협곡 위에 함께 선다. 무대에 오르는 다섯 명의 이야기를 짚었다.
입석을 놓쳤던 정글러, '인섹' 최인석의 올스타전

2012년 5월 11일, 대회를 앞두고 한 선수가 경기장에 도착하지 못했다. 롤챔스 서머 시드권이 걸린 거품게임단과 Team OP의 경기였다. 대구에서 서울 용산까지 오는 기차표가 없었고, 입석마저 매진이었다. 택시는 20만 원이 나온다고 했다. 버스를 탄 그가 도착했을 때 경기는 이미 몰수패로 끝나 있었고, 팀은 전 경기를 내줬다. 그렇게 '인섹' 최인석은 '입석을 놓친 소년'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그런 대형사고를 내고도 그는 다시 경기장에 섰다. 그가 가진 실력이 아까웠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소속팀이 부진할 때에도 혼자 빛나는 플레이를 보여주면서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냈다. 팬들은 그의 실력과 이를 따라주지 못하는 팀을 보며 또 재미난 별명들을 붙여줬었다.
2013년 5월 상하이에서 열린 올스타전은 '인섹'의 인생에서 기억에 남을만한 경기였다.다. 팬 투표로 뽑힌 '샤이' 박상면, '앰비션' 강찬용, '프레이' 김종인, '매드라이프' 홍민기 등 당시 포지션 별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뛰어난 팀원들과 뛴 최인석은 마음껏 날아다녔고, 한국은 이 대회를 압도적인 성적으로 제패했다.
이 대회에서 그는 LoL 역사에 회자될 장면 하나를 만들어 낸다. 자신의 이름을 딴 일명 '인섹킥', 음파(Q)를 맞히고 공명의 일격(Q)으로 날아가는 도중, 상대 원거리 딜러 바루스의 등 뒤 땅에 와드를 박는다. 그 와드로 방호(W)를 써서 바루스 뒤로 넘어가, 궁극기 용의 분노(R)로 상대를 우리 팀을 향해 차버린다. 뒤로 빠졌어야 할 딜러가 아군 다섯 명 한가운데로 배달됐다. 대회가 끝난 뒤 팬들은 그 기술에 '인섹킥'이라 이름을 붙였다. 10년이 지난 지금 사람들은 '인섹'은 몰라도 '인섹킥'은 아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오리지날 인섹킥 ©Esports Memes
탑신병자 시조새 '막눈' 윤하운

'점멸은 돌아와도, CS는 돌아오지 않는다'며 냅다 미니언 경험치를 먹기 위해 점멸을 쓰던 포지션. 내가 잘 크는 것보다 상대가 못 크는 게 더 행복한 포지션. 게임은 져도 라인전만 이기면 만족하는 자리. 탑 라이너라면 으레 떠올리게 되는 그런 모습들이다. 그리고 이런 '탑신병자'의 원조를 대회에서 가장 먼저 증명해 보였던 선수가 바로 '막눈' 윤하운이다.
라인전을 상수로 이기고 들어가는 피지컬과 기회가 보이면 주저 없이 뛰어드는 과감한 다이브, 1차 타워가 멀쩡히 살아있는데도 상대 진영 억제기 앞까지 들어가 파밍을 하던 기행까지. 여기에 수경 세러모니와 '클템' 이현우를 똥 싸는 코끼리로 만들어버린 거침없는 인터뷰 실력까지 더해져, '막눈'은 당대 탑 라이너 중에서도 유독 강렬한 개성을 남긴 독보적인 존재였다.
그는 올림푸스 LoL 챔피언스 윈터 2012-2013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려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고, 아쉽게도 이후 다시 우승컵을 들지는 못했다. 프로 생활 자체는 그리 길지 않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남긴 강렬한 족적은 그 어느 선수보다 짙었다. '막눈' 윤하운이라는 상징으로 시작된 탑 라이너의 계보는 낭만의 레거시로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그렇기에 이번 레전드 매치에서 그 원조 '탑신병자'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웅장해진다.
세월이 흘러 협곡의 메타는 수없이 바뀌었고, 이제는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치밀한 계산과 운영이 시대를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팬들이 13년 전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이유는 하나다. 승패를 떠나 '낭만' 하나로 협곡을 호령했던 윤하운의 날것 그대로인 플레이가 그리워서다. 이제는 노련함과 여유가 묻어나는 나이가 되었지만, 이번 무대에서만큼은 다시금 수경을 쓰고 억제기 앞으로 돌진하던 그 시절의 혈기 왕성한 '막눈'으로 돌아와 주길 기대해 본다. 협곡에 다시 '탑신병자'의 비명이 울려 퍼질 시간이다.
'막눈' 억제기 파밍 ©conja0x
'캡틴잭' 강형우는 쓰러지지 않아

십수 년 전, 아주부 블레이즈와 제닉스 스톰의 경기였다. 사거리가 짧아 점점 불리해져 가던 제닉스 스톰이었지만, 그들에겐 확실한 무기가 있었다. 바로 강제 이니시에 특화된 조합이었다. 말파이트, 레오나, 스카너, 우르곳 등 온갖 CC기로 무장한 이들은 상대 바텀 라이너 '캡틴잭' 강형우를 집중적으로 노렸다.
말파이트의 점멸 궁극기를 시작으로 무서운 CC들이 시비르를 향해 쏟아졌다. 그러나 시비르는 정화, 점멸, 보호막을 기가 막히게 활용해 상대의 노림수를 전부 흘려내며 한타를 승리로 이끌었다. 말파이트의 궁극기는 주문 보호막으로, 모르가나의 궁극기는 점멸로, 우르곳의 궁극기는 수은 장식띠로, 레오나는 정화로 받아쳤다. 모든 스킬을 쏟아붓고도 잭선장을 잡지 못한 제닉스 스톰에게 남은 것은 패배뿐이었다.
이 경기 이후 팬들은 '캡틴잭'을 위한 헌정 영상으로 '캡틴잭은 쓰러지지 않아'라는 전설적인 매드무비를 제작했고, 이 문장은 곧 그를 수식하는 영원한 별칭이 되었다. 이후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동안 예전의 포스를 보여주지 못한 부침의 시기도 있었지만, 전성기 시절의 '캡틴잭'은 리그에서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최정상급 바텀 라이너였다.
정교한 반응 속도로 상대의 모든 공세를 무력화하던 그의 플레이는 당대 원거리 딜러들의 교과서 그 자체였다. 시간이 흘러 무대 위에서 내려온 지 오래되었지만, '캡틴잭'이라는 이름은 여전히 올드팬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아이콘 중에 하나다. 이번 레전드 매치에서 그가 다시 한번 상대의 매서운 이니시를 눈부신 반응 속도로 흘려내며 팬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어 주길 기대해본다.
캡틴잭 시비르 전설의 무빙 ©Tealgray
그 페이커를 상대로 네 번의 솔로킬을 냈던 '폰' 허원석

'페이커'는 지금도 위대한 선수이지만, 이 선수가 처음 데뷔했을 때에는 정말 범접할 수 없는 포스를 보여줬었다. 매 대회마다 인상적인 솔로킬을 보여줬던 선수였고, 최고의 모습으로 2013년 LoL 월드 챔피언십을 우승했었다. 그런 '페이커'가 2014년에는 꽤 깊은 슬럼프를 겪었는데, 그 때 충격적인 모습 중에 하나로 기록된 게 한 대회에서만 네 번의 솔로킬을 내어준 장면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만들었던 게 삼성 갤럭시 화이트의 미드라이너 '폰' 허원석이다.
허원석이 쥔 카드는 탈론이었다. 초기 탈론의 목긋기(E)에는 침묵이 달려 있었다. 등 뒤로 파고드는 순간 상대는 점멸도 궁극기도 쓸 수 없었다. 미드에서 한 번 붙잡히면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 2014년 롤드컵 한국 대표 선발전에서 허원석은 이 챔피언으로 이상혁을 네 번 잡았다. 삼성 갤럭시 화이트가 SK텔레콤 T1 K를 3:0으로 이기는 동안의 기록이었다. 1세트에서는 제이스를 든 허원석이 탈론을 고른 이상혁을 두 번 잡았고, 2세트에서는 탈론을 자기가 가져가 6레벨에 카사딘을 끊었다. 3세트에서는 야스오로 질리언을 잘랐다. 이 패배로 전년도 세계 챔피언은 롤드컵 무대를 밟지 못했다.
그 뒤로 중계진은 그를 소개할 때마다 한동안 '페이커를 솔로킬 낸 남자'라고 불렀다. 삼성 갤럭시 화이트는 그해 롤드컵을 제패했고, 허원석이 고른 우승 기념 스킨도 탈론이었다. 이번 대회에는 '탈론' 스킨의 주인공이 오랜만에 등장하게 된다. 그가 예전의 포스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충격과 공포의 페이커 전설의 4연 솔킬 사건©롤사건사고누이
'LCK 레전드 매치'는 8월 4일 서울 종로구 치지직 롤파크에서 '팀 삼성 텔레콤'과 '팀 이걸 CJ 롤스터가'의 맞대결로 열린다. 경기는 '리그 오브 레전드 클래식(LoL 클래식)'으로 치러진다. 라이엇 게임즈는 12일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 제2전시장에서 열린 2026 MSI 결승전 현장에서 이 모드로 이벤트 매치를 한 차례 진행했고, 이번 행사는 그 연장선에서 기획됐다. 중계는 전용준 캐스터와 '클템' 이현우 해설위원, 과거 해설을 맡았던 강민 해설위원이 호흡을 맞춘다. 영문 중계는 2017년 함께 중계한 '발데스' 브랜든 발데스와 'LS' 닉 드 체사레가 나선다.
현장에서 관람하고 싶은 팬은 LCK 또는 리그 오브 레전드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LCK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한 뒤 게시글에 '좋아요'와 참여 완료 댓글을 남기고, 프로필 링크에서 직관 신청폼을 작성해 제출하면 신청이 완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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