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가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 장비 등에서 AI를 실행하는 신형 소형 컴퓨터 '젯슨 T3k'과 '젯슨 T2000'을 공개했다. 두 제품은 엔비디아의 최신 '토르(Thor)' 설계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로봇이 카메라로 주변을 살피고 사람의 지시를 이해한 뒤 스스로 행동을 결정하는 데 필요한 AI 연산을 현장에서 직접 처리하도록 설계됐다.
젯슨은 일반 소비자용 PC에 장착하는 그래픽카드가 아니라 로봇과 드론, 무인 이동 장비, 공장 설비 등에 들어가는 초소형 컴퓨터다. 사람으로 치면 로봇의 '두뇌'에 해당한다. 카메라와 센서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분석하고, 사람이나 물체를 구분하거나 이동 경로를 계산하는 AI를 실행한다.
기존에도 로봇을 인터넷에 연결해 외부 AI 서버를 이용하는 것은 가능했다. 다만 인터넷 연결 상태에 따라 반응 속도가 달라질 수 있고, 카메라 영상이나 공장 데이터를 외부로 보내야 하며,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엔비디아가 젯슨을 통해 노리는 것은 이러한 작업을 가능한 한 로봇 안에서 직접 처리하는 방식이다.
이번에 공개된 제품 가운데 상위 모델인 '젯슨 T3k'은 엔비디아 블랙웰 GPU와 8코어 Arm CPU, 32GB 메모리를 탑재했다. AI 연산 성능은 최대 865 FP4 테라플롭스로, 기존 고성능 모델인 T5k과 비교해 크기와 전력 소모를 약 절반으로 줄이면서도 여러 종류의 AI를 실행할 때 비슷한 수준의 추론 성능을 내도록 설계됐다.
여기서 '추론'은 이미 학습된 AI가 실제 입력을 받아 답을 내놓는 과정을 뜻한다. 로봇이 카메라 영상에서 사람을 찾아내거나, "오른쪽 선반에 있는 상자를 가져와"라는 명령을 이해하고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과정이 이에 해당한다.
또 다른 신제품인 '젯슨 T2000'은 400 FP4 테라플롭스의 AI 성능과 16GB 메모리를 제공한다. T3k보다 성능과 가격 부담을 낮춘 제품으로, 사람의 이동을 분석하는 카메라 시스템과 자율 이동 로봇, 공장에서 물건을 집고 옮기는 로봇 팔 등 보다 폭넓은 장비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엔비디아는 이번 제품을 통해 젯슨 제품군의 성능 범위를 70 TOPS급 소형 장비부터 최대 2000테라플롭스급 시스템까지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개발자는 필요한 AI 성능과 제품 가격, 소비전력에 맞춰 여러 젯슨 제품 가운데 적합한 모델을 선택할 수 있다.
특히 신제품은 단순히 사물을 인식하는 AI를 넘어 여러 정보를 함께 이해하는 최신 AI 모델을 실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글과 말을 이해하는 대규모 언어모델뿐 아니라 이미지와 언어를 함께 분석하는 AI, 카메라로 본 상황을 실제 움직임으로 연결하는 로봇용 AI, 현실 세계의 변화와 결과를 예측하는 AI 등을 지원한다.
엔비디아는 이를 위해 '네모트론(Nemotron)', '코스모스 3(Cosmos 3)', '아이작 GR00T' 등의 AI 모델과 로봇 개발 도구를 함께 제공한다. 네모트론은 사람의 지시를 이해하고 답을 생성하는 데 활용할 수 있으며, 아이작 GR00T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움직임과 작업 수행을 위한 모델이다. 코스모스는 로봇이 카메라로 본 현실 공간을 이해하고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예측하도록 돕는다.
새롭게 공개된 '코스모스 3 엣지'는 40억 개의 매개변수를 갖춘 비교적 가벼운 로봇용 AI 모델이다. 로봇이 주변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상황을 판단한 뒤, 다음에 취할 행동을 예측하거나 만들어내는 용도로 설계됐다. 서버가 아니라 토르 기반 장비 안에서 직접 실행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예를 들어 로봇이 바닥에 놓인 상자를 선반으로 옮겨야 한다면 먼저 카메라 영상에서 상자와 선반의 위치를 구분해야 한다. 이후 이동 과정에서 사람이나 장애물을 피하고, 상자를 잡을 위치와 힘을 결정한 뒤, 실패했을 경우 행동을 다시 수정해야 한다. 엔비디아가 말하는 차세대 로봇 AI는 이처럼 '보기', '이해하기', '판단하기', '움직이기'를 하나의 장비에서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엔비디아는 하드웨어뿐 아니라 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메모리를 줄이는 기능도 함께 발표했다. AI 모델은 규모가 커질수록 많은 메모리를 요구하는데, 로봇은 서버처럼 큰 장비와 전력을 갖추기 어렵다. 이에 개발자가 AI와 시스템 설정을 자동으로 조정해 제한된 메모리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돕는 기능을 젯슨 제품군에 추가했다.
실제로 엔비디아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로봇 업체 UB테크와 애자일 로봇은 소프트웨어 최적화를 통해 메모리 사용량을 최대 15GB 줄였다. 그 결과 기존 64GB 모델 대신 32GB 젯슨 모듈에서도 관련 작업을 실행할 수 있게 됐다. 스마트 매장 업체 샌드스타 역시 메모리 사용량을 최대 4GB 줄여 16GB 제품 대신 8GB 모델을 활용할 수 있었다.
이러한 메모리 절감은 단순히 숫자를 낮추는 데 그치지 않는다. 더 적은 메모리를 갖춘 제품을 사용할 수 있으면 로봇 한 대에 들어가는 부품 가격과 전력 소모, 발열을 줄일 수 있다. 여러 대를 공장이나 물류센터에 설치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전체 구축 비용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현재 젯슨 AGX 토르는 휴머노이드와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엔비디아는 1X, 애자일 로봇, 아마존 로보틱스, 보스턴 다이내믹스, 화낙, 히타치, 테크맨 로봇 등이 젯슨 플랫폼을 기반으로 로봇과 자동화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T3k과 T2000이 곧바로 일반 판매되는 것은 아니다. 엔비디아는 2026년 7월 말부터 젯팩 7.2.1을 통해 기존 젯슨 AGX 토르 개발 키트에서 T3k의 성능을 미리 재현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다. T2000을 미리 시험할 수 있는 기능은 추후 추가되며, 실제 T3k과 T2000 모듈은 2027년 1분기 출시될 예정이다.
이번 발표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AI 로봇 기술을 처음 선보인 것이라기보다, 고성능 AI를 로봇 내부에서 직접 실행할 수 있는 컴퓨터의 크기와 전력 소모, 가격 부담을 낮춘 데 의미가 있다.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에서 AI를 학습시키는 반도체뿐 아니라, 학습된 AI가 현실 세계에서 실제 기계를 움직이는 데 필요한 '로봇의 두뇌' 시장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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